나무바야 ‘거란 글 모음 1, 2, 3’ 출간

2026-05-11 06:00 출처: 나무바야

나무바야 ‘거란 글 모음 1, 2, 3’ 표지

옥천--(뉴스와이어)--도서출판 나무바야가 거란어 원문을 집대성한 ‘거란 글 모음’ 1, 2, 3권을 오는 5월 15일(금) 출간한다. 베일에 싸여있던 거란의 역사와 문화를 원문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 고대 언어가 전하는 깊은 울림을 직접 확인할 기회이다.

이번 책들은 △거란소자와 거란대자 원문을 빠짐없이 망라한 국내 최초의 기록물 △1권 [원문과 음가]: 묘지명 14편 수록 및 거란소자 음가 복원을 위한 ‘거란한자음 용례’ 분석 △2권 [언어와 비교]: 묘지명 20편과 거란어 음운현상 연구, 주변 언어와의 비교 분석 및 요사국어해 수록 △3권 [거란대자와 거란소자]: 비문·묘지명과 구리거울, 메달, 신표 등 유물 속 명문, 러시아와·몽골 희귀 자료, 거란글자와 여진글자의 비교 등을 다루고 있다.

‘거란 글 모음 1, 2, 3’의 특이점은 다음과 같다.

◇ 거란소자와 거란대자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듯, 거란에서도 920년 태조 야율아보기가 학자들과 함께 거란글자를 만들었다. 이것이 2000여 자로 구성된 ‘거란대자’이다. 5년 뒤 야율아보기의 둘째 동생 야율질랄이 위구르어를 공부하고 400여 자의 ‘거란소자’를 만들었다. 여기서 ‘대자’와 ‘소자’는 대문자와 소문자의 개념이 아니라, 형이 만든 글자와 동생이 만든 글자를 구분하는 명칭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 거란어를 공부한 까닭

역사서를 보면 고대 고구려시대 거란부족 1만여 호가 고구려 영토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들의 언어에는 분명 고구려어의 자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요사를 보면 거란은 본디 고조선 땅에 세웠다는 구절도 있고 기자조선을 공유하는 역사인식도 가지고 있다. 고대 한국어의 자취가 거란어에 분명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울러 신라비문에서 ‘왕들(王等)’이란 표현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거란의 경우 그러한 표현은 곳곳에 있다. 신라의 어법이 고대-중세 동아시아 어법을 공유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거란어 공부는 소중하다고 할 것이다.

◇ 거란어에는 한국어와 관련된 것이 있나

어느 날 거란어가 새겨진 두 종류의 구리 메달을 보았다. 모두에는 “어느 임금이 임명한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간 속격 조사로 알던 /-en/과 /-i/가 쓰이고 있었다. 이 둘은 한국어에서 주제격 조사 /-은/과 주격 조사 /-이/에 해당된다. 아울러 목적격 조사 /-을/에 해당되는 거란어 목적격 조사가 /-ïr/임을 알고 놀랐다. 물론 격조사에 있어 몽골어와 공유하는 것도 많지만 한국어와 이리 같은 경우는 거란어밖에 없는 것 같다.

◇ 3권의 책을 낸 이유

거란글자는 많기도 하거니와 각각을 어찌 읽어야 하는지 저자마다 경우에 따라 의견이 확연히 다르다. 한문과 거란어 텍스트가 있는 몇 편의 글을 보고 거란글자의 음가가 어찌 읽을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지만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곧 무너지곤 했다. 결국 이러한 작업을 지속하다가 아직 초보적인 연구 단계이지만 거란대자 텍스트까지 공부하게 됐다. 분량이 많아 세 권으로 나누었다.

◇ 거란어는 어떤 언어와 가깝나

아직 말하긴 쉽지 않다. 단어만을 비교하면 몽골어계 언어와 가까운 경우가 다수이고 튀르키예어계 언어, 한국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문법 요소에 대해서는 보다 공부가 필요하다.

◇ 거란글자 연구에서 큰 도움을 준 것

거란어 텍스트는 주로 묘지명, 황제와 황후의 애책, 행적비 등 돌에 새긴 금석문 형태로 남아 있다. 특히 거란어 묘지명의 후반부는 엄격한 운율을 갖춘 시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 각운(rhyme)이 여러 구절에서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운율 구조는 전혀 알지 못했던 단어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곤 한다. 예를 들어, 거란어로 ‘하늘’을 뜻하는 글자를 초기 학자들은 ‘아우’라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각운을 맞추는 자리에 앞뒤로 ‘-아르(/ar/)’ 발음의 단어들이 배치된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몽골어 ‘텡게르(tengger)’와 연결 지어, 거란어의 ‘하늘’ 역시 ‘탕가르/taŋgar/’였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비록 완전한 해독은 아닐지라도, 운율 분석이 단어 복원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셈이다.

◇ 거란대자 연구는 그렇게 힘든가

거란어 텍스트가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고 해서 거란어와 거란글자의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란소자의 음가는 80~90% 정도 해독됐으나, 거란대자는 아직 50%도 채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직한 평가이다. 다만 거란대자를 연구하며 동일한 단어를 거란소자와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존 거란소자의 음가를 수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여진글자는 거란대자와 유사한 점이 많아 거란대자 연구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한편, 어떤 학자가 특정 거란소자 묘지명을 위작이라 주장했으나, 그 묘지명에서만 발견되는 거란대자 단어 사례가 존재하는 등 연구의 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거란글자 묘지명에 우리나라와 관련되는 것

특정 묘지명에는 윤관 장군이 동북 9성을 쌓으며 우리 영토로 확정하기 이전부터 해당 지역을 고려의 땅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기록도 있다. 황제의 애책(哀冊)에서는 거란과 고려의 외교 관계를 언급한 대목을 찾을 수 있으며, 또 다른 묘지명에는 고려 원종의 책봉 과정이 수개월에 걸쳐 이루어졌음을 기록한 사례도 존재한다. ‘거란 글 모음 1’의 첫 번째 텍스트에는 발해의 마지막 왕인 대인선과 그의 손녀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대인선은 ‘성왕(聖王)’이라 칭해지며 야율아보기가 자신이 아끼던 말의 이름을 따서 지어준 ‘올코’라는 별칭도 언급된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거란글자가 새겨진 유물 세 점이 소장되어 있다. 이 중 원형 및 팔각 구리거울에 새겨진 명문의 해설은 ‘거란 글 모음 3’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거란 글 모음 시리즈는 일반인이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사실 이 책은 독자에게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다. 거란어의 실체가 아직 100%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본문의 구성은 첫 줄에 거란어 원문을, 다음 줄에 로마자 표기를 배치하고, 그 아래에 한자나 영어로 단어의 뜻을 풀이하는 방식을 취했다. 물론 의미를 알 수 없거나 문맥 파악이 불가능한 부분은 모두 빈칸으로 남겨두었다. 대신 곳곳에 작은 글씨로 영어 해석을 덧붙였으며, 주요 구절에는 한글·영어·몽골어 번역을 병기했다. 이 텍스트들은 향후 거란어 사전 편찬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 묘지명에서 거란어 명구의 예를 든다면

“친소(親疏)에 상관없이 친절하며, 나이에 상관없이 오래 사귀고, 선업을 쌓았는지에 상관없이 사랑할 것.” 마치 어느 종교의 경전 구절처럼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이다. 1권의 첫 번째 텍스트에 있는 글이다. 아울러‘주역(周易)’의 “선업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넉넉한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는 구절은 여러 문헌에서 언급되고 있다.

◇ 이 작업에 걸린 시간

거란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그동안 틈틈이 400여 개의 거란글자 폰트를 직접 만들어 왔으며, 본격적인 연구는 2021년 퇴직 이후에 비로소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연구 과정에서 거란 한자음과의 비교 분석을 위해 800여 개의 여진글자 폰트를 만들어 ‘여진어사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여진글자에 대한 지식은 거란대자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거란대자는 여전히 미해독된 글자가 수두룩하다. 이 시리즈를 출간하기 직전까지도 거란대자 폰트를 만들었을 만큼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 거란어 사전은 언제 출간하나

현재 700여 쪽 이상의 진척이 있다. 빠른 시일안에 거란어 사전을 만들어 거란어 공부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 소벌 가리소모로라는 필명이 이채롭다

사람 이름 공부를 하면서 한자 아닌 이름은 무엇일까 공부한 적이 있다. 경주 최씨는 본디 사로국 6촌장의 한 분인 소벌도리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개소문의 이름은 고구려어 가리소모로이다. 그를 따서 필명으로 삼았다.

한편, 저자는 ‘세종시대 음악과 그 뒤 변화’ 2쇄를 같은 날 발간한다고 밝히며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나무바야 소개

나무바야 출판사는 1인 연구소인 담산연구소가 생산하는 지질학, 지진학, 언어학, 전통음악, 역사학 등의 연구 결과를 출간하는 독립 출판사다. 2022년에 ‘고려가요의 악보와 해설’, 2023년에는 ‘여진어 사전’, ‘거란어 시가와 거란 글자’, ‘고려의 언어와 지리’, 2024년 ‘세종시대 음악과 그 뒤 변화’ 등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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